JC K가 띄우는 편지/어린시절 추억소환

친구야 텃밭에 한 두 포기 심어 놓은 노란 유채꽃이 봄비에 젖은 모습을 평상에 앉아서 보노라니 낭만(浪漫)은 더해지고 오늘따라 어린 시절이 문득 문득 생각난다

시오리길 학교에서 돌아오던 길에 튼실한 배추꽃 무우꽃을 꺽어 먹곤 했었지 밭주인의 마음이 어떠한지 그때는 미쳐 알지 못한 때였으니까

불태운 논둑및 밭둑에 삐죽이 올라오던 삐비를 한 운큼 뽑아들고 조심스레 껍질을 벗겨 먹으며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그만 이었지

통통하게 올라오는 찔레 새순을 먹으며 떫은맛과 어우러진

풋내음…

목화 열매 따먹던 것도 기억나니?

연노랑의 꽃이 지고 나면 다래가 열리는데 하얀 속살이 부드럽고 달콤했었지

보릿고개 세대가 모두 그러하듯 당시에는 먹을 것이 귀하던 때였기에 산과 들에서 먹을것을 찾던 시절이 잖아

덜익은 보리단을 털어 찧어서 연명하던 ‘보릿고개’ 시절에 ‘밀사리 보리사리’는 잊지못할 추억

오죽했으면 점심을 굶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점심을 먹기는 먹어도 식량을 절약하기 위해 밥 대신 감자나 고구마 같은 구황작물(救荒作物)을 자주 먹곤 했었지

“찔레꽃이 필때는 딸레집에 가지마라”는 말 들어 보았니, 보릿고개가 얼마라 어려웠으면 이런 말이 생겼을까?

파랗게 일렁이는 보리밭 길을 걷다 보리대 하나 꺽어 줄기를 자르고 풀피리 만들어 소리가 난다는 것이 신기했고 그 소리가 마냥 좋았지

필통소리 짤랑짤랑 책보를 등에 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흐트러지게 핀 아까시아 꽃을 따먹으며 행복해 했었고

주인 몰래 마늘쫑 뽑아 먹고 속이 쓰려 우물물을 한 바가지 마시기도 하고

버들강아지를 맛있게 따먹으면서 껌처럼 씹고 다니며 버들피리 꺽어불던 그 시절 기억나니

하교 길에 먹을여고 논두렁 밭두렁에 숨겨놓은 고구마를 들쥐란 놈이 먹다가 남은 것도 꿀맛이었지

실개천 돌에 붙어있는 다슬기도 많았지 미끄러지면서 들어가 주워 고무신에 담아 나오다가 돌에 부딪쳐 무릎 또는 머리가 터져 아까징끼(옥도정기)가 보급되기 전에는 상처에 된장 한 주먹 발라 놓고도 마냥 좋아라 웃던 철부지 우리였다

이제는 머리에 하얀 눈발이 성성함을 더해 넓은 이마에 불빛이 반사되니 세월 참 무심히도 흘러갔나 싶구나

친구야~ 그래도 좋지?

우리에겐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시절” 그런 추억이 있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