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뽀록났어!” ‘뽀록’이 우리말속어?

우리말 중에는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도 참으로 많다.
일본어가 한자화하면서 바뀐 것도 있고, 일본식 한자어가 그대로 우리나라에 정착한 것도 많다.
그런가 하면 일본식 한자어의 발음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변하여 정착했는데, 그 의미가 조금 바뀐 것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우리 젊은이들이 많이 쓰고 있는 ‘뽀록’이라는 말이다.
과거에도 많이 들어 왔지만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한국어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마도 한국어의 속어쯤으로 생각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뭔가 일을 진행하다가 잘못되어 들통이 났을 때 “뽀록났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원래 그 단어는 한국어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남루’(襤褸 누더기 람(襤), 남루할 루(褸))다.
이것을 일본식으로 뽀록(ポロック(襤褸-남루한 옷, 누더기 옷))이라고 한다.
남루한 옷을 입으면 구멍이 숭숭 뚫려서 속이 다 들여다 보인다.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청바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바지에 구멍이 뚫려서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니까 이것이 변하여 ‘들통나다’라는 의미로 변하였고, 다시 우리말 사전에는 “속된 말로 ‘밖으로 드러나거나 알려지다’.”로 올라가게 되었다.
원래 ‘남루하다’는 단어는 다른 의미로 쓰이고,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뽀록나다’는 ‘들통나다’의 의미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얼핏 들으면 ‘뽀록나다’는 우리말처럼 들릴 수 있다.
“너 때문에 뽀록났잖아!”라고 쓰는 것과 같다.
언어란 참으로 재미있는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한다.
저육(猪肉)이라는 돼지고기가 ‘제육볶음’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육(猪肉)의 ‘저(猪)’자가 한자로 ‘제(諸)’자와 유사하게 생겼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저육’을 ‘제육’이라고 발음하게 되었고, 그것을 그대로 메뉴판에 적용하여 ‘제육볶음’이라는 반찬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원래는 저육볶음이라고 해야 하는데, 서울 사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다 보니 그것이 굳어진 것이다.
상식적으로 저팔계라고 부르지 ‘제팔계’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이 저팔계의 저(猪)자가 돼지라는 뜻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