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의 씨앗 “용종”
대장내시경을 하면 흔히 용종(茸腫)이 나온다. 왕족을 이르는 말인 용종(龍種)과 발음이 같다. 사극에서 세자빈이 출산을 하면 “용종을 생산하셨다”고 하는데, 이에 빗대어 대장 용종이 나올 경우에도 “용종을 생산했다”는 유머가 생겨났다.
대장 용종은 흔히 ‘대장암의 씨앗’이라고 한다. 대장암의 80~85%가 용종으로부터 진행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대한대장항문학회에 따르면, 용종을 그냥 놔두면 대개 빠르면 3~5년, 늦어도 10년 이내에 암으로 진행한다. 그러므로 대장암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장암의 씨앗인 용종의 싹을 자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대장내시경이 필수적이다.
용종은 크게 염증 또는 단순한 점막 비후로 인해 생기는 비선종성 용종과 암으로 발전하는 선종성 용종(선종)으로 구분한다. 대장 용종의 3분의 1은 선종이며, 이 중 3분의 1 정도는 암으로 진행되어 가는 진행성 선종으로 발견된다.
용종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육류나 기름진 음식, 경쟁사회에서 느끼는 직업병 수준의 스트레스, 환경 오염, 유전적 요인 등이 꼽힌다. 식이섬유소의 섭취량 부족과 설탕 같은 정제된 당류의 과도한 섭취, 그리고 나쁜 음주 습관 등이 용종의 발생률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족력을 포함한 용종 발병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전·환경적 소인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서 용종 발생 확률은 일반인보다 매우 높다. 특히 가족성 용종증이라 불리는 유전적 영향에 의한 용종은 50% 정도가 자녀에게 유전된다.
용종이 생겼다는 것은 장내 용종이 유발되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검사 시 용종을 한 번 떼어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검사에서 용종을 놓치거나, 재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용종이 발견된 사람의 경우 1~2년 후 대장내시경 검사를 다시 해서 용종 생성 여부를 재확인해야 한다.
대장내시경은 ‘대장암 예방과 조기발견의 안전벨트’다. 장을 비우는 과정이 힘들지만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대장내시경을 꼭 받아볼 일이다. 대장암은 보통 2~3기까지 진행되어서야 증상이 나타나므로 평소 예방수칙을 실천하면서, 대장내시경 정기 검진으로 싹을 자르는 것이 현명하다.
갑자기 변을 보기 힘들어진다, 변을 보는 횟수가 전과 다르다, 설사·변비·배변 후 잔변감 등이 있다, 선홍색·검붉은색 혈변이나 점액변을 본다, 예전보다 변이 가늘어졌다, 복통·복부팽만 등 복부불편함이 생겼다, 체중이나 근력이 감소했다, 피로감이 느껴진다, 식욕부진·소화불량·구토증상이 나타난다 등등 대장암의 징후를 그냥 넘기지 말고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