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왕후와 보리고개 이야기

아버지인 조선 21대 임금 영조 35년 (1759년),
정성왕후(貞聖王后)가 세상을 뜬 지 3년이 되어 새로 왕후를 뽑고자 하였다.

온 나라에서 맵시있고 총명하고 지혜로운 처녀 20명이 뽑혀 간택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이 중에 서울 남산골 김한구의 열 다섯살 난 딸도 있었다.
드디어 간택시험이 시작되었다.

자리에 앉으라는 임금의 분부에 따라 처녀들은 자기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방석을 찾아 앉았다.

그런데 김씨 처녀만은 방석을 살짝 밀어놓고 그 옆에 살포시 앉는 것이었다.

임금이 하도 이상하여 그 이유를 물었더니
“자식이 어찌 가친 존함이 씌여 있는 방석을 깔고 앉을수 있으오리까?” 라고 대답을 했다.

임금이 문제를 내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깊은 것은 무엇인가?”

“동해바다이옵니다.”
“서해바다이옵니다.”
“남해바다이옵니다.” 하는데

김씨 처녀만은

“사람의 마음속이 제일 깊은 줄로 아옵니다.”

“어찌하여 그러는고?”

“네, 아무리 바다가 깊다해도 그 깊이를 잴 수가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 무엇보다도 깊어 그 깊이를 잴수가 없사옵니다.”

이어 다른 문제를 또 내었는데
“이 세상에서 무슨 꽃이 제일 좋은고?”

“네, 복사꽃이옵니다.”
“모란꽃이옵니다.”
“양귀비꽃이옵니다.”

그런데 또 김씨 처녀만은

“네, 목화꽃이 제일 좋은 줄로 아뢰옵니다.”

그건 어이하여 그런 것인고?”

“다른 꽃들은 잠깐 피었을 때는 보기가 좋사오나
목화꽃은 나중에 솜과 천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니 그 어찌 제일 좋은 꽃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어서 세번 째 질문을 하였다.
“이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고개는 무슨 고개인고?”

“묘향산 고개지요.”
“한라산 고개이옵니다.”
“우리 조선에서 백두산 고개가 제일 높지요.”

이번에도 김씨 처녀만은 또 이렇게 대답을 하였다.

“보리고개가 제일 높은 고개이옵니다.”

“보리고개는 산의 고개도 아닌데 어이하여 제일 높다 하는고?”

“농사 짓는 농부들은 보리이삭이 여물기도 전에
묵은 해 식량이 다 떨어지는 때가 살기에 가장 어려운때 입니다.
그래서 보리고개는 세상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고개라고 할 수 있지요.”

이에 임금은 매우 감탄하였다.
이리하여 김씨 처녀는 그 날 간택시험에서 장원으로 뽑혀 15세 나이에 왕후가 되었는데
그가 바로 정순왕후이다.
이렇게 하여 ‘보리고개가 제일 높다’ 라는 속담이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힘내라며 담아주시던 꽁보리밥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자식을 대하고 부모님을 대하고 이웃을 대한다면
모두가 좋은 부모요, 좋은 자식이요, 좋은 이웃일 텐데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좀 더 세심하게 돌아보는 오늘은 사랑이 가득한 특별한 날이 되셨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