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좋아하는 아빠

저는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던 적이 있었는데 딸을 걱정하던 엄마는 건강 음식, 웰빙 마니아가 되셨고, 특히
집에서는 인스턴트 음식이 금지되어 버렸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아주 건강해서 아무거나 잘 먹지만 엄마는 아직도 음식에 예민하십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건 아빠가 면 종류의 음식은 다 좋아 하는데 그 중에서도 라면을 아주 좋아합니다.

어느 주말에 엄마가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 조금 늦어진다는 소식에 아빠는 후다닥 슈퍼에 가서 라면을 사 오셨습니다.

“아빠, 엄마가 알면 난리 날 텐데.”

“괜찮아, 안 걸리면 될 거야!”

그리고 아빠의 눈물 겨운 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버너와 냄비를 준비하고, 냄새로 들킬까 싶어 창 문을 활째 열고 베란다에 쭈그려
앉아 엄마가 안 계시는 시간을 이용하여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라면을 다 끓여 드시고 엄마 몰래 설거지까지 마친 아빠는 저를 향해 손가락으로 승리의 V 자를 척 내밀며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는데 엄마는 그 날 아빠가 라면 먹는 거 다 알고 있었습니다.

베란다에서 그러는 게 너무 애처로워서 한 번 봐 준 거라고 하십니다.

행복은 밖에서 오는 것도 아니며,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그렇게 일상에서 발견되는 작은 행복들, 오늘 만큼의 행복이 모이고, 모여 행복한 인생을 만드는 것입니다.

고작 라면 하나에서도 사랑과 기쁨을 발견 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어리석은 자는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신의 발치에서 행복을 키워 간다. – 제임스 오펜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