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에서 JC K이 띄우는 편지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는 그 봄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벌써 후덥지근한 초여름 입니다.
어제는 부산에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오기전에 몸보신을 위해서 점심때 지인 여섯 명과 ㅇㅇ탕집을 찿았습니다.
점심시간이라 갑자기 밀어닥친 손님 때문에 종업원들이 정신이 없는데, 옆 테이블에 있는 한분이 지나가는 종업원을 불러 세우고는 음식이 늦게 나온다고 따지는 것입니다.
종업원이 ‘죄송합니다’ 한 후 곧바로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도 뭐라고 궁시렁거리며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했습니다.
나 또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몸건강은 내 의지대로 안 되는 측면이 있으니 마음이라도 매사 포용력이 넓어지고  너그러워져야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가끔씩 류시화씨의 잠언(箴言) 시집(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내 책장에 두고 꺼내 읽곤 합니다.
잠언시를 읽노라면 저를 알고있는 친구 등 모든 분들과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늘도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속의 한 줄 띄웁니다.
한 친구에 대한 난 생각한다/막스 에르만
한 친구에 대해 난 생각한다.
어느날 나는 그와 함께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손님으로 만원이었다.
주문한 음식이 늦어지자
친구는 여종업원을 불러 호통을 쳤다.
무시를 당한 여종업원은
눈물을 글썽이며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난 지금 그 친구의 무덤 앞에 서 있다.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었는데
그는 이제 땅 속에 누워 있다.
그런데 그 10분 때문에 그토록 화를 내다니.
출처: 류시화 잠언 시집(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