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 두 형제

두 형제가 한 동네에 살았습니다.
그런데 형네 집에서는 늘 명랑한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데
아우네 집에서는 성내는 소리와 싸우는 소리 그리고 우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형님 댁은 늘 웃음 소리가 그치지 않는데 왜 우리 집은 싸우고 성내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 것일까?
도대체 형님네는 어떻게 살길래 그렇게 화목할까?
어느 날 아우가 그 비결을 알아 보려고 형의 집으로 갔습니다.
그 때 마침 형이 마당에 서서 껄껄 웃고 있었습니다.
“형님 또 무슨 좋은 일이 있기에 그렇게 웃고 계십니까?”
아우가 묻자 형이 입고 있는 바지를 가리켰습니다.
바지는 바지인데 반바지도 아니고
긴 바지도 아닌 어중간한 몽당 바지로 종아리가 다 드러나 보였습니다.
“무슨 바지가 그렇습니까?”
“내가 시장에 가서 바지를 하나 사 왔는데 길이가 좀 길어서 아내한테 한 치만 좀 줄여 달라고 했지.
하지만 아내가 바빠서 금방 줄이지 않고 이걸 방바닥에 두고 일을 나갔다네!
그것을 보고 큰 딸 아이가 ‘어머니가 바쁘시니 내가 줄여 놓아야지” 하고 자기가 한 치를 줄였지!
그런 뒤에 작은 아이가 제 언니가 이미 줄여 놓은 것을 모르고 또 한 치를 줄이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는 아이들이 이미 바지를 줄인 사실을 모르고 또 한 치를 더 줄였다는 거야.
그래서 바지가 이렇게 짧아졌다네”
아우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원 형님도 그게 뭐가 좋다고 웃으세요? 아까운 바지를 못 쓰게 만들었으니 화를 내셔야지”
그러자 형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화를 내다니 모두들 나를 위해 애를 썼는데 안될 말이지.
결과가 좀 나쁘긴 하지만 그 마음이 고맙지 않은가?”
그 말을 들은 아우는 마음 속에 깨달은 바가 있어서 자기도 바지를 하나 사 가지고 집으로 갔습니다.
“여보, 바지를 새로 사 왔는데
길어서 그러니 한 치만 줄여 주오”
그러자 아내는 잔뜩 부은 얼굴로 톡 쏘았습니다.
“바지가 잔뜩 있는데 뭣하러 또 샀어요?” 하고는 딸을 불렀습니다.
“얘, 너 아버지 바지 좀 줄여 드려라”
“아이! 그런 일을 왜 저한테 시키세요?”
큰 딸이 잔뜩 불평을 늘어 놓더니
다시 동생에게 일을 미루었습니다.
작은 딸 역시 불평만 늘어 놓고는
바지를 아버지에게 가져 왔습니다.
“아버지, 이 바지 세탁소에 맡기게 돈 좀 주세요”
“그만 둬라 그만 둬”
아우는 그만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건강한 가정,
화목한 가정,
행복한 가정은
가족끼리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도울 때
가능한 일이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