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킬러’ 고혈압, 어떻게 관리 할까?
혈압의 경우, 120/80을 기준으로 이보다 혈압이 올라가면 위험도가 증가하는데, 140/90이 되면 심장병 위험성이 약 두 배가 된다.
대한고혈압학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20세 이상 고혈압 환자가 1,260만명(29.4%)에 달한다고 한다. 고혈압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신체검사나 진찰 중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의 주된 원인은 유전적인 요인,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비만과 스트레스 등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가 필요한 고혈압 기준은?
혈액이 혈관 속을 흐를 때 혈관 벽에 미치는 압력을 혈압이라 말한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고, 확장기 혈압은 심장이 확장(이완)하면서 혈액을 받아들일 때 받는 압력이다. 수축기/이완기 혈압 120/80의 의미는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가장 강할 때가 120이고, 심장이 확장(이완)하면서 혈액을 받아들여 더 이상 압력이 가해지지 않을 때의 압력이 80이다. 즉, 심장이 수축할 때 120, 이완할 때 80이라는 두 개의 수치로 혈압을 나타낸다.
[혈압의 기준(대한고혈압학회, 미국심장학회 기준)]
① 정상 혈압: 수축기 혈압 120mmHg 미만, 이완기 혈압 80mmHg 미만
② 고혈압 전 단계: 수축기 혈압 120~139mmHg이거나, 이완기 혈압 80~89mmHg
③ 1기 고혈압(경도 고혈압): 수축기 혈압 140~159mmHg이거나, 이완기 혈압 90~99mmHg
④ 2기 고혈압(중등도 이상 고혈압): 수축기 혈압 16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 100mmHg 이상
혈압의 경우, 120/80을 기준으로 이보다 혈압이 올라가면 위험도가 증가하는데, 140/90이 되면 심장병 위험성이 약 두 배가 된다. 그래서 ‘두 배가 되는 시점부터는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정한 것이 ‘1기 고혈압(140/90)’이고 여기서부터는 꼭 조절해야 하는 고혈압으로 정의한다. 120에서 139 사이, 예를 들어 130/80이라면 4년간 보았을 때 고혈압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30% 이상이기 때문에, 고혈압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로 ‘주의 혈압, 고혈압 전 단계’로 구분한다.
혈압을 쟀을 때 수치가 높게 나오면 혈압계를 탓하는 경우가 많은데 혈압은 생리적으로 하루 30mmHg까지 변화하고, 여러 요인에 따라 수시로 변동된다. 그래서 한 번의 측정치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많은 횟수를 측정하여 평균이 얼마인지 확인해야 한다. 한 번 혈압이 높게 나왔다면 확실하게 평균을 낼 수 있을 만큼 더 측정하여 현재의 내 혈압을 알아내야 하며, 이것이 출발점이 되어 혈압관리를 시작할 수 있다.
심혈관 질환 발생 예측에 유용한 ‘가정혈압’
현재 우리 주변에서는 혈압관리에 대한 지침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혈압과 관련된 많은 용어를 접할 수 있다. 최근 지침에서는 ‘가정혈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에 따라 병원에서 측정하는 혈압 외에 가정과 직장 등 다양한 상황에서 스스로 혈압을 측정해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전자혈압계이다. 가정혈압은 기존 진료실 혈압보다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 질환 발생을 예측하는 데 더 유용하다. 또한 고혈압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에 있어 고혈압 약이 과도하거나 불충분한지 알 수 있다.
양쪽 팔의 혈압은 보통 5mmHg 정도 차이가 나는데 20 이하의 차이는 별문제가 없다. 대신 치료는 높은 쪽의 혈압을 기준으로 하고 20 이하는 개인차로 보면 된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20 이상 차이가 난다면 높은 쪽을 치료의 기준으로 삼되, 낮은 쪽 어디가 좁아진 건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
아침, 저녁으로 혈압 측정하는 것이 좋아
백의고혈압, 가면고혈압, 변동성 혈압 등의 혈압 용어들을 요즘 자주 접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정상 혈압인데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게 측정돼서 고혈압으로 오인되는 경우를 백의고혈압이라고 부르고, 반대의 경우를 가면고혈압이라고 부른다. 변동성 혈압은 고혈압과 정상혈압, 저혈압 사이를 무장위로 왔다갔다하는 것으로 혈압 변동성이 큰 사람에게는 심혈관 사건 발생이 많다.
혈압은 같은 상태에서 재는 게 좋은데, 우리 생활방식이 대개 아침에는 비슷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정한 신체 상황에서 측정하기에는 아침 혈압이 좋다. 잠에서 깨자마자 재면 오히려 불안정하고, 아침에 깨고 화장실을 다녀와서 안정 후에 조용한 장소에 앉아서 팔을 심장 높이로 올려놓고 측정하는 게 정확한 방법이다. 아침 혈압이 높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서는 누워서 측정하거나 깨자마자 바로 측정했기 때문에 안정되지 않아서 혈압이 높게 측정된 경우도 있다.
혈압 측정은 가능하면 아침과 저녁, 하루 2회 혈압을 측정할 것을 권고한다. 아침에는 기상 후 1시간 이내, 배뇨 후 아침 식사와 아침 혈압약 먹기 전, 앉은 자세에서 5분간 안정 후 혈압을 측정한다. 저녁은 잠자리 들기 전 안정 후 측정하면 된다. 아침과 저녁에 혈압을 측정하라고 권고하는 이유는 시간에 따라 혈압이 변화하는 혈압의 변동성 때문이다. 보통 수면 시간동안 혈압이 가장 낮게 유지되다가, 기상과 함께 아침에 혈압이 상승하고, 낮 동안 상승된 채로 혈압이 유지되다가, 오후 6~8시에 혈압이 감소해 자정부터 새벽 사이에 혈압의 최저점을 형성한다.
혈압 2mmHg만 감소해도 뇌졸중 위험성 10% ↓
혈압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압 절대치를 목표까지 떨어뜨리는 것이다. 최신 지침에서는 이전보다 철저한 혈압 조절을 강조하고 있으며, 대한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은 생활요법을 더 철저히 해서 혈압을 더 낮추는 것을 강조한다. 여러 생활습관 교정 가운데 가장 효과가 큰 것은 저지방, 저염식과 체중감량이다.
한국인은 하루 평균 약 10g의 소금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소금 섭취 권고량인 5g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하루 소금을 10g 정도 섭취하는 고혈압환자가 소금 섭취를 절반으로 줄이면 수축기혈압이 4~6mmHg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국물은 별로 짜게 먹는다는 자각 없이 소금 섭취를 많이 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국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은데, 숟가락을 쓰지 말고 젓가락만 사용하면 소식하게 되며 국물음식을 줄일 수 있다.
고혈압은 체중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체중을 줄이면 혈압이 떨어진다. 고혈압 환자가 표준체중을 10% 이상 초과하는 경우 5kg 정도의 체중을 감량하면 혈압약 한 알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권장 체질량지수는 25kg/m2 정도이다. 유산소 운동을 기본으로 하되 아령 등 근력 기구를 이용한 등장성 근력 및 등척성 악력 운동은 혈압감소 효과뿐 아니라, 대사적 요인들을 호전시키고, 근력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일주일에 2-3회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2mmHg의 혈압감소는 뇌졸중 위험성을 10%, 심장질환 발생을 7% 낮춰준다. 건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과 더불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고혈압 예방 및 관리를 한다면, 몇 시간의 투자로 평생 건강을 챙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