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식도 역류 질환
위식도 역류 질환은 그 질환명처럼 위에 있는 물질들이 식도로 역류돼 식도 점막을 자극하여 통증이나 불쾌감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최근 생활 양식이 서구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위식도 역류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위식도 역류 질환을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당뇨나 혈압처럼 만성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 질환이다.
위식도 역류 질환의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흉부 작열감이다. 이 증상은 낮에도 생길 수 있지만, 밤에 심해서 자다가 잠을 깨기도 한다. 또 다른 중요한 증상은 몸속으로 위산의 신물이 넘어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흉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위식도 절제술 등으로 하부식도괄약근이 손상되면 누웠을 때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상부 식도를 거쳐 기도로 흡입돼 폐렴을 잘 일으키게 된다. 또한 인두와 폐 기능에도 영향을 주어서 만성기침이나 기관지 천식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충치와 잇몸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위식도 역류 질환이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식도가 손상돼 식도암까지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내시경 검사에서는 역류성 식도염이 발견됐지만 별 증상이 없는 경우가 가장 위험한데, 이 때 증상의 유무를 떠나서 식도 손상을 완치하는 것은 중요하다. 약물요법과 식생활변경만으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약물요법이 효과적이지만 약을 끊을 수 없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법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느슨한 하부식도괄약근을 수술로 조여줌으로써 약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류성 식도염이 심한 상태로 지속되면 식도 협착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식도 하부의 편평 상피가 염증으로 인하여 원주상피로 치환되는 현상이 발생될 수 있는데, 이를 바렛식도라고 한다. 원래 식도에는 편평 상피암이 흔한데, 바렛식도에서는 식도 선암이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일단 바렛식도로 진단된 사람은 정기적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95% 이상의 식도암은 ‘선암’이 아닌 ‘편평세포암’으로 위식도역류질환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역류성 식도 질환이 있는 사람은 일상생활의 조절이 중요하다. 담배를 피운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하고, 커피, 콜라, 오렌지 주스, 토마토 주스 등 역류성 식도 질환 증상을 유발하는 음료는 피해야 한다. 기름진 음식은 위 속에 오래 남아 있어서 역류의 기회를 많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줄여야 한다. 잠을 잘 때에는 상체 부위를 약간 높게 하고 꽉 끼는 옷을 삼가며 식후에 곧바로 눕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활 습관의 변화를 어려워하는 환자들이 많이 있지만, 약물 요법을 시행하더라도 이러한 변화는 필수적이다.
생활 습관 변화로 증상이 충분히 호전되지 않으면 약물 치료에 들어갈 수 있다. 역류된 위산의 농도를 약하게 하는 방법으로, 소화성 궤양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약과 동일한 약제다. 그러나 소화성 궤양보다는 더 강한 약이 일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양자 펌프 억제제(PPI)인 오메프라졸, 란조프라졸, 라베프라졸, 판토프라졸, 에소메프라졸, 놀텍(일라프라졸), 레바넥스 등이 다른 약제에 비하여 효과적이다. 그 밖에도 위장관이 운동을 증가시켜서 역류현상을 줄이고자 위장관 운동 촉진제를 사용한다.
수술요법도 서양에서는 많이 시행되고 있으며 특히 젊은 나이에 발병하면 일평생 동안 투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경향이 많다. 수술도 복강경을 이용한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질환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 증례가 아직은 많지는 않다.
많은 환자들이 역류성 식도염이 오래되면 식도암이 생기는지 궁금해 한다. 완전히 사실과 다른 말은 아니지만, 너무나 과장되어 있어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식도암의 발생 기전은 이러하다. 역류성 식도염이 오래되면 바렛식도라는 것이 발생하고 여기서 이형성증을 거쳐 식도선암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위식도 역류 질환의 가장 중요한 치료 목표는 암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다. 무슨 약을 먹든, 어떤 치료를 하든 환자 본인이 느끼기에 증상이 줄어들어 편안한 삶을 영위하면 치료가 잘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소화기내과 이정훈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