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사잇길로

바야흐로 5월 하순이 되었다. 파아란 하늘 아래 펼쳐진 보리밭의 싱그러운 풍경을 노래한 “보리밭” 은 많은 사람들을 향수에 젖게한다.
이 노래는 한국전쟁 중 부산 피난시절에  만들어졌으니 70넌 된 노래인데, 발표 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70년대 들어와 문정선과 조영남이 부르면서 크게 인기를 얻었고, 음악교과서에도 실리는 등 많은 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특히 해외동포들에게 이 노래는 깊은 감동을 주는 노래 중 하나라고 한다.
황해도가 고향인 박화목 시인과 윤용하 작곡가가 부산에서 피난살이를 할 때 우연히 만나 자갈치시장  대폿집에서 자주 술잔을 부딪히며 시름을 달랬다고 한다.
어느날 윤용하(1922~65)가 전쟁의 아픈 상처를 입고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노래를 하나 만들자고 제안, 박화목(1924~2005)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를 썼고, 여기에 윤용하가 곡을 붙여 1953년에 발표한  노래가 “보리밭”이다.
이런 연유로 지금 부산 자갈치시장 부근 수변공원에는 “보리밭 시비”가 세워져 있다.
조수미 소프라노도 이  노래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조수미 소프라노가 1990년 경  한창 전성기를 맞았을 때의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전해지고 있다.
영국의 어느 큰 음반회사에서 레코드를 내주겠다는 제의가 있었을 때, 조수미는 음반에 반드시  “보리밭”을 넣어줄 것과  재킷에 한글로 보리밭이라고 인쇄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자 음반회사에서는 이 음반이 한국에서 판매할 것도 아니고 뉴욕 파리  빈 등 세계적인 도시에서 한국 가곡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판매 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다가 결국 조수미의 뜻을 받아들여  출반하였다고 한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지금 보리밭 길을 걷고 있는 것 같고,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밭처럼 가슴이 울렁이는 느낌이 든다.
조영남의 노래를  들으며 잠시 옛 추억 속으로 들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