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高尙)한 착각

같은 나이 또래를 쳐다보면서 “난 저렇게 늙진 않았겠지” 하고 생각해 본 적 있습니까?
어느날 이빨 치료를 위해, 치과병원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며 응접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주위를 살펴보니 벽에 걸려있는 의사의 치과대학 졸업장 패가 있었는데, 그 패에 적혀 있는 의사의 이름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갑자기 약 50여년전 고등학교 시절 나와 같은 반이었던 똑 같은 이름의 친구가 생각났기 때문이였습니다.
키 크고 멋지게 잘 생겼던 그 친구가 머리속에 떠올랐습니다.
‘이 사람이 그 당시에 내가 멋있다고 좋아했던 그 친구인가’ 하고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치과의사를 본 순간 그런 생각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대머리에다, 회색 머리에 주름살이 깊게 패어 있는 이 사람이, 내 동급생 이기엔 너무 늙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검진이 끝난 후 나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XY고등학교에 다니지 않았습니까​?”
치과의사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네! 다녔습니다. 그때 참 재미있었고, 우쭐대며 다녔지요.”
내가 다시 물었습니다.​
“언제 졸업했습니까?​”
“1975년, 그런데 왜 그러시죠?”하고 그가 반문했습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내가 맞짱구를 쳤습니다.
“그럼 우리 반이었네~!”  ​
그러자, 대머리에다 주름살이 가득하고 늙어 빠진, 회색 머리의 그가 나를 자세히 바라보더니 물었습니다.
“잘 생각이 안 납니다만~, 혹시 그 때  어떤 과목을 가르치셨는지요?” 
띠~ 잉~~  ​
우리는 누구나, 본인은 안 늙어가는 것으로 착각하면서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