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8번이 있는가요?
인생 18번이 있는가요? 사람은 저마다의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진 재주가 있는 반면 대부분의 사람은 살면서 만들어지는 재주가 많습니다. 의외로 본인도 스스로의 재주를 나중에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것도 아주 늦게 말입니다.
누구나 그리 생각하듯 인생은 드라마이자 연극입니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순 없다 하지만 한 치 앞을 판단할 수는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은 판단의 연속 일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성공한 사람의 스토리는 늘 우리에게 교훈을 주기도 합니다.
얼마 전 문화예술회관 공연에서 문경시민의 혼을 쏙 빼놓으신 장사익 선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생은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가수로 데뷔했을 만큼 인생의 역정 또한 굴곡지고 힘든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49년에 태어났으니 올해로 75세입니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 출신으로 광천중학교, 선린상고, 명지대 경영학과를 나왔습니다. 대학은 75학번으로 20대 중반을 넘어 뒤늦게 간 듯합니다.
7남매의 맏아들로 태어났으며 가축 장수였던 아버지는 광천에서 장구 잘 치는 장구재비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합니다. 이런 아버지에 비해 어린 시절 음치에 가까웠던 장사익은 초등학교 시절 웅변 대표로 뽑히며 산에 가서 소리를 지르는 연습을 열심히 하다 목청이 틔워졌다 합니다. 역시 가수는 목청이 터져야만 훌륭한 가수가 되나 봅니다. 이후 노래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고 남들 앞에서 곧잘 부르기도 하면서 노래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수가 되고 싶어 가요 학원에 등록해 대중가요를 배웠지만 많은 돈이 들어가는 길이기에 그 길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이후 약 20여년간 보험회사, 무역회사, 딸기장수, 가구 외판원, 전자회사 등 15개가 넘는 직업을 가졌다고 합니다. 심지어 마흔이 넘어서는 매제가 운영하던 카센타에서도 일을 했다 하네요.
그 와중에도 1980년에는 아마추어 국악팀에 가입하여 태평소, 대금, 피리 등을 독학으로 배우다시피 했고, 국악인들과 교류하며 연주회도 참여하는 등 음악 활동을 중단하지는 않았습니다. 인연이 되려니까 그랬는지 카센타에 가끔 차를 고치러 오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매니저가 태평소 부는 사람을 찾고 있다는 말에 마침 태평소를 그간 충실히 연습해 왔던 터라 공연에서 연주를 멋지게 해냈답니다.
그리고 카센터를 마지막으로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며 이광수 사물놀이패에 합류하여 태평소를 불기 시작합니다. 그가 속한 농악패가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민속경연대회 등에서 대상을 휩쓸며 태평소 연주자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답니다.
이런 와중에 종종 동료 및 절친 들과 어울리던 뒤풀이 자리에서 평소에 스스럼없이 가요들을 불렀던 것이 인연이 되어 이 자리에 함께한 임동창(피아니스트) 선생의 제의로 서울의 소극장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마치며 46세의 나이에 정식 데뷔하게 됩니다. 이때가 1994년이라네요.
그리고 데뷔 공연 이듬해 자신의 대표곡이 된 ‘찔레꽃’이 수록된 1집 음반 ‘하늘 가는 길’을 시작으로 음반 발매와 공연으로 대중 음악인으로 두각을 나타냅니다. 1996년부터 시작된 세종문화회관 공연 및 각종 국내 공연, 해외 공연이 매번 티켓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공연계와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높은 평가와 인기를 얻어 왔습니다. 특히 대중의 공감대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이 시대 최고의 소리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일생을 이렇게 짧은글로 얘기할 순 없지만 누가 봐도 드라마틱하고 영화 같지 않나요! 우리 인생도 풀어놓고 보면 장사익 선생의 인생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만 인생의 18번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혹여나 무슨 재주가 있는지, 남들과는 다른 무슨 필살기가 있는지 살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인생의 18번, 애창곡 18번…. ’18번’은 무슨 뜻인가요?>
음악과 무용, 기예가 어우러진 일본의 유명한 전통연극인 가부키(歌舞伎)를 가부키 명가 집안에서 재미있는 18개의 명작을 선정하여 공연을 하였는데 이 시리즈들 중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이 18번째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연유로 일본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애창곡을 18번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이것이 우리에게 전해져 ‘너의 인생 18번이 무엇이냐’, ‘너의 애창곡 18번곡이 무엇이냐’라고 했답니다.
가부키는 16∼17세기 에도시대에 서민 예술로 시작되었고 1965년 일본의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선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