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에서 띄우는편지/어머니품속같은 내고향5월
내고향 두메산골 동구밖(洞口-)에 나와보니 며칠동안 쉬지않고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너무도 청명한 봄날 아래 앞산과 뒷동산에는 아카시아꽃이 만발했다. 그리고 앞산의 서늘한 바람이 실개천을 건너 나를 반긴다.
그 옛날엔 한두 발 내려서면 실개천엔 언제나 할매, 아지매, 누야들의 빨래하는 정다운 모습과 함께 빨래 방망이 장단에 맞춰서 시냇물은 졸졸졸 노래 부르고 송사리들은 흥이나서 떼 지어 아지매들의 손길을 따라 놀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앞산과 뒷산에 핀 아카시아 꽃은 옛날과 같은데, 많은 사람들은 떠나 없고, 마을을 걸으면 어른들 아이들의 떠들썩하던 소리는 이미 오래전 사라지고 그저 적막하기만 하다.
오래전 이 길은 어땠을까?
한집에는 부모와 대부분 5-6명의 자녀가 있었고, 집집마다 골목마다 아이들 소리 온 동네는 사람들 소리로 가득했다. 저녘이면 초가삼간 굴뚝에 하얀 연기 피어오르고 어머니들의 철수야 영희야 부르는 소리에 골목길은 언제나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길을 걸어도 사람소리 들리지 않고 마주치는 사람도 없다. 집집마다 늙은 할머니 한사람씩 사는 집이 대부분이다.
옛날의 모든 것은 사라지고 없다.
이 곳은 가족들이 살았던 곳, 집 앞길은 내 친구들 마을 사람들이 다녔던 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앞산과 뒤산에는 먹이찾아 떠난 엄마를 부르는 이름 모를 새소리만 간혹 들리고, 사람들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젠 주변에 살았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 조부모님 부모님은 세상을 떠나고, 조용한 마을엔 그 옛날과 같이 아카시아 꽃만 하얏게 피어 있다.
오늘따라 빨래하는 누나 몰래 돌을 던지며 놀던 그 때 그시절이 그립다